경복궁 근정전
20060916 @ 경복궁 근정전

장마, 그리고 살인적인 무더위와 힘겨운 싸움을 하느라 무척이나 힘겨웠던 한국에서의 첫 여름이 지나고 슬슬 살만한 날씨가 돌아왔다. 야근의 소용돌이 속에 찾아온 황금 같은 놀토에 친구와 종로에서 만났다. 목적지는 경복궁과 삼청동! 2004년 연말, 한국 여행 중 방문했을 때도 경복궁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는데, 2006년 9월 현재도 여전히 황량하기만 하다. 현재 경복궁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라지만… 1년 반 전과 큰 변화 없이 여전히 황량함 그 자체여서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우연히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보게 되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삼청동 부근은 내가 꼬맹이 시절 부모님 따라 북악 스카이웨이에 갔을 때가 마지막이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 친구가 안내해 주는 데로 열심히 따라다니며 눈 호강 실컷 했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20060916 @ 흥례문 앞에서 진행되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바로 경복궁역 5번 출구 앞.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이 10시에 시작해서 약속 시간을 10시로 잡은 건 절대 아니었다! 둘 다 몇 시에 교대식이 시작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우연의 일치로 도착하자마다 엉겁결에 수문장 교대식을 코앞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Nice Timing~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은 흥례문(興禮門) 앞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로 하루에 2번, 각각 10시와 14시에 대략 20분씩 진행된다. 광화문 앞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수문장 교대식이 아닌 광화문 파수 의식이라고 별도의 행사였다. 진행 시간이 서로 다르니 꼭 관람하고 싶은 방문자는 미리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20060916 @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행렬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외국인들 사이에선 훨씬 더 유명하지만, 덕수궁에 비해 경복궁 흥례문 앞의 공간이 비교 불가하게 넓기에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진행되는 교대식 관람을 원한다면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추천한다. 초밀착 근거리 관람을 선호하고, 교대식이 끝난 후 흥겨운 포토 타임을 원한다면 덕수궁을 추천하는 바이다.

경복궁 근정전 살펴보기

예상치 못했던 교대식 행렬을 즐겁게 구경한 후 흥례문을 지나 근정문(勤政門)을 통과해 근정전(勤政殿)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교대식 후 한꺼번에 이동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남들 보다 먼저 근정전을 매의 눈으로 스캔하기 위해서였다. 경복궁 내 제일 중심이 되는 건물인 만큼 복원도 잘 되어 있고 내부도 관람객들이 볼 수 있게 개방이 되어 있는 상태다.

20060916 @ 근정전 일월오봉도(좌)와 칠조룡(우)

용상 뒤 그 유명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를 사진으로 남기고, 천정의 칠조룡(七爪龍)도 찍었다. 초소형 똑딱이 카메라로는 이게 최선이다. 어두운 실내라 어차피 사진이 잘 나올 리 없다. 형체만 알아볼 수 있어도 충분히 만족! 근정전의 하이라이트 2개를 모두 사진에 담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창호 앞에 드리운 햇빛 가리개는 딱 봐도 엄청 얇고 부드럽게 생긴 걸 보니 명주 비단 망사 가리개 같다. 역시 궁궐이라 호화롭다~

20060916 @ 명주 가리개를 드리운 근정전의 창호

일월오봉도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을 그린 그림으로 통치자가 다스리는 삼라만상을 상징한다. 주로 병풍으로 제작되며, 조선 왕실의 어좌 뒤에 배치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각 궁궐의 정전 어좌에 설치했는데 경복궁의 근정전과 창덕궁의 인정전, 창경궁의 명정전, 덕수궁의 중화전에 위치한다. (더 자세한 내용 살펴보기)

칠조룡

근정전 천정에 매달려 있는 두 마리의 황용의 발톱이 7개라 칠조룡이라 불린다. 오조룡은 중국 황제를 상징하고, 제후국인 왕국의 경우 사조룡이 사용되는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칠조룡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조선의 궁궐 중에서는 칠조룡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경복궁 복원사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20060916 @ 사정전의 서쪽에 위치한 부속건물 천추전(千秋殿)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근정전을 벗어나 주변 전각들을 둘러보았다. 휑한 느낌은 여전했다. 그저 건물(전각)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느낌이랄까?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관람객 관점에서 이전 방문 시점과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다. 경복궁 복원사업을 계속 진행 중이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골격부터 복원을 하게 되니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는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예를 들면 조경이랄지… 조경이랄지… 조경이랄지…. 경복궁 부지는 엄청 넓은데 건물들만 덩그러니 있으니 황량한 느낌이 강할 수밖에. 아름다운 조경이 돋보이는 창경궁과 비교하면 더더욱 황량하다.

20060916 @ 경복궁 전각들 사이의 풍경

최대한 뭔가 가득한 느낌의 구도를 찾아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다 보니 다리가 너~무 아프다. 역시 경복궁은 참 넓다. 경복궁 뒤편으로 이동할수록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정말 공터 수준의 공간만 있다. 다른 말로 볼 게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

경복궁 복원사업이란?

일제강점기에 심각하게 훼손된 경복궁을 복원하는 사업으로 1991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때면 내가 한국에 살 때였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아직 어린이 시절이라 크게 관심이 없었나 보다. 크게 1단계 복원과 2단계 복원으로 나누어 진행한다고 하는데, 현재는 여전히 1단계 진행 중이라고…

아니, 경복궁 복원사업이 91년도에 시작됐는데 아직도 이렇게 황량한 상태면 대체 얼마나 형편없이 훼손된 상태였던 걸까? 내가 어렸을 때도 경복궁은 소풍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도 전혀 방문한 적이 없다. 상태가 전혀 봐 줄만 하지 않았으니 그랬나 보다. 동물원 시절을 거친 창경궁도 복구 작업이 이루어져 어린 시절 학교에서 소풍이랑 견학도 가고 했는데 경복궁은….

경복궁 복원사업이 빠르게 진척되어 이 거대한 조선시대 정궁의 본래 모습인 웅장하고 멋진 옛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사업이 시작된 지 벌써 15~6년이 지났는데… 설마 복원사업이 30~40년 걸리는 건 아니겠지? 빨리 진행한다고 대충 하는 것보다 꼼꼼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훨씬 바람직하긴 하다.

충분한 시간이 지난 이후 다시 방문할 미래의 경복궁을 기대하며 아픈 다리도 쉬어 갈 겸 삼청동으로 이동!

아기자기함이 가득한 삼청동

20060916 @ 삼청동은 벤치도 예쁘다

이곳이 요즘 그렇게 hot 하다는 삼청동이다. 물론 나는 처음 와 봤다. 근데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을 듯. 동네가 아주 아기자기하다. 참 이쁘다~ 잠시 쉬어 가는 벤치도 이쁘지 아니한가? 물론 금속공예 상점 앞 벤치라 아마도 상점 주인장이 만들어 놓은 것 같긴 하다. 우선 내 취향은 확실히 저격했다. 금속공예 부전공자로서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게다가 전직 가정용 가구 디자이너, 현직 사무용 가구 디자이너다 보니 눈길이 간다, 눈길이 가~

아… 나도 개인 공방 차리고 싶다!

삼청동은 예쁜 상점도 많고, 나름 예술 하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많아 구경할 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쇼핑하는 재미가 아니라 유사 업계 사람의 관심이라고 할까?

20060916 @ 삼청동 골목 상점의 개성 만점 간판들

특히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십수 년 만에 귀국했을 때 제일 어색하게 느껴졌던 게 바로 간판이었거든… 되게 못생겼는데 크기는 또 매우 크고 다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유사하게 생긴 간판들로 뒤덮인 거리가 너무 생소했다. 귀국 8개월 차라 생소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동네 간판은 많이 달랐다. 역시 예술하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라 그런지 있는 듯 없는, 그렇지만 개성은 충분히 살린 스타일의 간판이 대부분이라 시각적으로 매우 편안한 느낌이다.

거리를 따라 이리저리 발 길 닿는 데로 구경하며 다니는 것만으로 눈 호강 실컷 하며 놀토를 최대치로 즐긴 하루였다. 그러다 보니 오늘이 벌써 일요일이고 바로 내일이 다시 출근이다. 주말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인가! 격주 토요일 일하는 것 정말 적응이 안 된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주 5일제가 아니라니… 매일 야근에 주말 추가 근무도 빈번하던데, 합법적으로 격주 토요일에도 일을 시킨다. 일하다 죽기 딱 좋은 나라 아닌가? 그래봐야 별로 업무 효율도 없더구만 시간만 길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맨날 야근하는 회사 동료들은 본인들이 일을 엄청 많이 한다며 나에게 칼퇴 하지 말라고 압박을 한다. 그러나 실상 그들은 정식 근무시간에 일을 거의 안 하거든! 인터넷 검색하다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고 수다 떨고. 근무 시간에 일을 안 하니까 야근을 하는 게 당연하다. 난 9시부터 6시까지 쉼 없이 일하는 데 왜 야근을 하냐고요!!! 내 직종 상 회사에 99%가 남자인데 남자들이 그렇게 말 많은 종속인지 한국 돌아와서 처음 알았다. 주둥이 나불대며 노닥거릴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칼퇴 하면 왜 안 되는 것인가? 나보고 한국인 정서를 빨리 습득하라는데, 근무시간에 일 안 하고 근무시간 외에 일하는 정체불명의 정서가 대체 왜 한국인 정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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