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여행] 미세먼지를 피해 떠나는 봄철 나고야 근교 여행

나고야성으로 향하는 길
2007-03-02 @ 문 닫은 나고야 성 주변 산책은 나름 재미있었다.

이제 봄철 여행은 한국이 아닌 외국 그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수도권과 서해안에 집중 되던 미세먼지는 어느새 전국구 고민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매년 최악을 새롭게 경신하는 우울한 현실에 내년 봄에는 잠시나마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 피서(避暑)가 아닌 피진(避塵)을 고려해야 하나요?”

봄날의 나고야 여행

매일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내년 봄의 미세먼지 탈출을 구상하다 보니, 2007년 3월 초에 2박 3일로 다녀왔던 나고야 여행이 생각났다. 늘 벼르고 별러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지만 나고야 여행은 참 즉흥적이었다. 그 즈음 마마님께서 여권 갱신으로 신규 재발급을 받은 상태였기에 상큼한 새 여권에 첫 도장을 찍으려는 참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하지만 여행의 이유가 항상 대단해야 할 필요는 없는 법, 떠나고 보는 것이다. 그 시절 연차를 쓰는 것을 참으로 안 좋아했던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라, 목요일이었던 삼일절에 대체 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금/토/일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나고야 주변으로 굵직한 명소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여행 기간을 길게 잡으면 갈 곳이 너무나도 많은 곳이다. 일본 3대 명천(名泉)이라는 게로 온천(下呂温泉) 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白川郷) 합장촌도 있고, 작은 교토라는 다카야마시(高山市)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그것도 오가는 날을 제외하면 단 하루밖에 없는 비루한 일정이었다. 이럴 때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최선이다. 나고야가 나름 큰 도시지만, 우리 모녀는 도시 관광에는 영 관심이 생기지 않는 체질이라, 나고야는 도착한 날 저녁시간에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로 하고, 둘째 셋째 날 일정은 가까운 나고야 근교 두 곳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항에서 나고야 시내로 메이테츠센(名鉄線, Meitetsu Line)이 가장 간편하다고 하니, 둘째 날과 다시 공항으로 가야 하는 셋째 날 일정 모두 메이테츠센을 기준으로 여행 동선을 잡았다.

여행 첫날, 짧았던 나고야 시내 구경

고작 2박 3일 여행에 FSC 항공권이라니 지금 같으면 절대 고려하지 않을 옵션이지만 이때만 해도 국제선 LLC가 없던 시절이다. 지금은 목돈을 쓰지 않고도 저렴한 항공권을 구하는 방법이 많지만, 이때는 무조건 FSC를 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한 푼이라도 저렴한 점심시간대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하여 추부국제공항(中部国際空港)에 도착하니 마음이 바빴다. 여행 기간도 짧고 캐리어 찾는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각자 조그만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여행을 떠났다. 덕분에 입국 심사 후 캐리어 픽업 대기시간 없이 초스피드로 메이테츠센 쾌속특급(Limited Express)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메이테츠 나고야역까지는 2007년 기준 850엔이었고 대략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현재는 870엔이라는데 10년이 지나도록 20엔밖에 안 올랐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대한민국의 물가는 왜 이리 가파르게 오르는 것일까? 급여 빼고는 다 수직 상승하는 슬픈 현실이다.

서둘러 나고야 역 근처에 예약해 두었던 호텔에 체크인까지 마치고 나니 이미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배낭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중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급하게 나고야 성으로 향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나름 유명한 관광지인데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호텔에서 미리 나고야 성 관람 시간을 미리 확인했어야 했는데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확인을 못했다. 4시 반에 문을 닫으니 호텔에 체크인했던 시간에 나고야 성에 도착했더라도 30분 만에 둘러보기엔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역시 이래서 오전 비행기를 탔어야 했지요.)

나고야 시내 저녁 산책

2007-03-02 @ 3월 2일 저녁의 날씨치고는 너무 포근했던 16도

나고야 성이 있는 시야쿠쇼역(市役所駅)에서 나고야의 주요 랜드마크가 몰려있는 사카에역(栄駅)은 딱 한 정류장 거리였다. 외투가 필요 없는 날씨에 히사야오도리(久屋大通)를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아직 한기가 가득했던 서울 날씨에 비해 너무나 포근했기에 그냥 설렁설렁 걷는 길도 즐거웠다. 도로를 따라 걷다 육교 너머로 보이던 현재 온도를 알려주는 전광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곧 어두워지기 시작할 시간에 섭씨 16도란다. 요즘의 한국 날씨로는 딱히 놀랍지 않지만 10년 전에는 놀라운 일이었다.

나고야 텔레비전탑이 가까워질수록 한가했던 도로는 점점 더 사람으로 북적였다. 나고야 다운타운 한복판에 자리잡은 텔레비전 탑을 지나쳐 ⌈오아시스21⌋로 들어가 대충 저녁을 때우고 나니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오아시스21⌋의 상징이라는 ‘물의 우주선, 水の宇宙船’을 둘러보는데 인증샷을 찍고 싶어도 2000년대 초반의 똑딱이 카메라로는 절대 감당이 안 되는 깜깜한 저녁시간이라 사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으로 물이 일렁일렁 거리는 모습이 참 신기했는데 아쉽다. 그 유명하다는 텔레비전탑은 솔직히 시각적으로 특별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일본 최초의 집약 전파탑이라 일본의 여러 도시에 있는 랜드마크 타워 중에서 유일하게 유형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여행 다녀와서 지도를 읽어보다 발견한 사실입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2007-03-02 @ 오아시스21 물의 우주선과 텔레비전탑의 야경

야경을 감상하며 이리저리 걷다 보니 간략하기 그지없던 코스지만 다리가 아파왔다. 다음 날의 이누야마(犬山)와 메이지무라(明治村)에서의 걷기 대장정 코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일찍 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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