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교토 북동부 단풍 코스 ‘난젠지-에이칸도-신뇨도-에이쇼인’ 추천

교토에는 단풍 명소들이 워낙 많아 어느 곳에 갈지 결정하는 것도 엄청난 고민거리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다 보면 오직 시간과 돈이 부족할 뿐, 안 예쁘고 안 가보고 싶은 곳은 당최 찾을 수가 없다. ‘난젠지(南禅寺) – 에이칸도(永観堂) – 신뇨도(真如堂) – 에이쇼인(栄摂院)’로 이어지는 교토 북동부 단풍 코스는 효율적인 이동 동선으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임팩트 있게 교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명품 단풍 코스다. 교토 북동부 단풍 코스는 교토의 3대 단풍 명소인 에이칸도와 언제나 기품이 넘치는 난젠지, 그리고 한국인에게 조금은 낯설지만 숨은 보석같은 단풍 명소인 신뇨도와 에이쇼인을 포함하고 있다. 각자 여행 기간도 다르고 체력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도 다르지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대표 코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일찍부터 기승을 부렸다. 덕분에 교토 도심을 벗어나 한참 북쪽에 위치한 오하라와 기부네 일정을 계획하고 있던 나는 이미 절정을 한참 넘긴 단풍 상황 때문에 해당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한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난젠지 – 에이칸도 – 철학의 길 – 은각사’ 코스를 이번 교토 단풍 여행의 첫 일정으로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행을 몇 일 앞두고 철학의 길 단풍도 거의 다 져버렸다는 현지 소식이 들려왔다. 오하라와 기부네 소식 이후 또 한 번의 멘붕이었다.

한참을 구글 지도를 보며 고민하다 철학의 길 좌측으로 넓게 표시된 또 하나의 녹색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신뇨도(真如堂)란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신뇨도라는 사찰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많이 유명하고 덜 유명한 차이만 있을 뿐 교토에 아름답지 않은 사찰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검색을 해 보니 교토의 숨은 단풍 명소에 규모도 상당하단다. 결국 교토 단풍의 클래식 코스라 할 수 있는  보라색 (난젠지 – 에이칸도 – 철학의 길 – 은각사) 경로 (코스 A)의 후반부를 빨간색 (신뇨도 – 에이쇼인) 경로 (코스 B)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교토 단풍 여행의 첫날, 교토 북동부 단풍 코스


[코스 A] 난젠지 – 에이칸도 – 철학의 길 – 은각사

[코스 B] 난젠지 – 에이칸도 – 신뇨도 – 에이쇼인


단풍 상황과 각자의 체력 여하에 따라 코스 A와 B를 골라서 갈 수도 있고, 혹은 A와 B를 모두 갈 수도 있겠다. 저녁시간에 난젠지 텐쥬안이나, 기요미즈데라(淸水寺)나 쇼렌인몬제키(青蓮院門跡)의 단풍 라이트 업 등과 연계하고 싶다면 5번부터 1번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겠다. 나를 포함한 일행 셋은 각각 40대, 50대, 60대의 조합인지라, 꽉 찬 일정은 피하고 오후 4~5시까지숙소로 복귀하여 저녁 식사 전까지 약 2시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여행 기간 중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단풍 라이트업을 시도해 볼 생각이었으나 필수 코스는 아니었으며, 그 외에는 별다른 저녁 일정은 잡지 않았다.

1. 게아게역 (蹴上駅, けあげえき)

교토역에서 출발한 나와 일행은 지하철로 1회 환승을 하여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게아게에 도착했다. 그 이름도 특이한 게아게역에서 Spiral Brick Tunnel을 통과해 난젠지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 걸린다. 우리 일행은 체력 안배를 위해 곧장 난젠지로 이동했지만, 체력이 조금 더 좋은 분들께는 게아게역 바로 옆에 있는 게아게인클라인(蹴上インクライン)에 들러보시길 권한다. 폐 철로 양옆으로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벚나무 단풍으로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출사 나가시는 분들의 필수 코스라고도 한다.

2. 난젠지(南禅寺)

난젠지는 교토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애정 하는 몇몇 장소 중의 하나이다. 난젠지는 아침 8시 40분에 개장하지만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 입장료를 내야만 볼 수 있는 텐쥬안(天授庵)이나 호조정원(方丈庭園), 난젠인(南禅院)을 제외하고 수로각(水路閣)을 포함한 난젠지 경내는 개장 시간보다 조금 일찍 둘러봐도 좋다. 거대한 산몬(三門) 주변으로 전 주에 절정을 맞이해 그 풍성함을 살짝 잃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교토의 단풍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반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수로각 근처에서는 이미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이 굵고 웅장한 느낌의 난젠지 산몬, 수로각과는 달리 난젠인과 호조정원, 텐쥬안은 아기 자기한 느낌이다. 난젠인(300엔)은 연못을 중앙에 두고 한 바퀴 도는 지센카이유시키(池泉回遊式, 지천회유식) 정원을 품고 있고, 호조정원(500엔)은 료안지(龍安寺)와 더불어 돌과 흰모래로 이루어진 일본 조경을 대표하는 가레산스이(枯山水, 고산수) 정원으로 매우 유명하다. 텐쥬안(500엔)은 지센카이유시키 정원과 가레산스이 정원을 모두 품고 있고 섬세한 조경으로 저녁 시간의 단풍 라이트업으로도 유명하다. 유료 개방이긴 하지만 세 곳 중 한두 곳은 꼭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3. 에이칸도(永観堂)

2017-11-28 @ 교토 에이칸도의 단풍 구름

난젠지에서 10분 정도 느긋하게 걸으면 교토 단풍의 3대 명소라고 불리는 에이칸도가 나온다. 정문 입구에 다다르기 전부터 담장 너머로 보이는 단풍의 화려함에 걸어가던 관광객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에이칸도의 본래의 명칭은 젠린지(禅林寺)이나, 7대 주지인 에이칸의 이름을 따 에이칸도라고 불리는 곳이다. 평소엔 보통의 작은 사찰일 뿐이지만 단풍철만 되면 그 몸값이 수직 상승해 단풍 시즌 입장료가 교토 내 최고가인 1,000엔이다. 가장 비싼 몸값이라는 말은 실제로 가 보면 수긍이 간다.

이곳 또한 단풍 절정이 살짝 지나 바닥엔 낙엽으로 가득했지만 여전히 단풍 구름이 눈앞에 내려앉은 듯한 풍경이다. 단풍이 구름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져봤다. 약 3,000그루의 단풍나무가 있다는데, 이 엄청난 숫자의 단풍나무들이 그리 크지 않은 에이칸도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어 잘못하다간 단풍으로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다. 질리도록 단풍을 보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에이칸도라 할 수 있다. 에이칸도를 다 둘러보고 나면 바로 떠나는 것보다 빨간 천을 예쁘게 깔아놓은 평상 위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추천하고 싶다. 철학의 길로 들어서건 신뇨도 방향으로 이동하건 전에 약간의 휴식 시간은 체력 보충에 좋을 뿐 만 아니라, 차 맛도 매우 좋다.

4. 신뇨도(真如堂)

2017-11-28 @ 교토 신뇨도의 오색 단풍

에이칸도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신뇨도가 있다. 신뇨도로 가는 길이 좁은 골목길이라 내가 맞게 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엔 항상 신뇨도라고 씌어 있는 표지판이 나타나므로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좁은 골목길에 이어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신뇨도의 뒷편으로 들어가게 된다. 키 큰 단풍나무들이 아름다운 단풍잎으로 하늘을 수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색 단풍이 마치 물감으로 칠해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색상의 배합니다. 직전에 들렸던 에이칸도가 단풍나무에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라면, 신뇨도는 우람한 단풍나무가 주는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에 매료되는 곳이다. 신뇨도 경내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고 본당 내부의 일부 구간만 입장료를 받는다.

5. 에이쇼인(栄摂院)

2017-11-28 @ 교토 영섭원의 붉은 단풍

신뇨도 정문으로 나와 좌측으로 10분 남짓 걸으면 에이쇼인이 나온다. 눈에 띄는 안내판은 전혀 없기 때문에 좌측으로 건물 안에 불상과 새빨간 단풍나무가 보이는 곳을 발견하면 바로 그곳이 에이쇼인이다. 한눈에 봐도 알아차릴 수 있게끔 그 임팩트가 매우 크다. 에이쇼인 또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이므로 조용히 들어가 아름다운 풍경만 눈에 담고 나오면 된다. 들어오는 입구 쪽 기둥에 조그마한 모금함이 걸려있으니 각자 적절히 성의를 표할 수 있다.


첫날 일정의 마무리

에이쇼인을 나오니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니시키 시장으로 이동하여 조금은 늦은 점심을 먹고 시장 구경을 했다.  식사도 하고 각종 절임 채소와 먹거리, 기념품 등을 구경하다 보니 두세 시간은 훌쩍 사라진다. 일본은 가게들이 문을 일찍 닫는 편이라 시장을 충분히 구경하려면 늦어도 3시 반에는 도착하기를 추천한다. 업소 정보에는 오후 5시 반에 문을 닫는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그것보다 더 일찍 문을 닫는 가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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