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 연휴에 나 홀로 간사이 여행을 다녀오고 1년이 지났다. 마마님이 귀국하면 둘이 같이 가야겠다 계획했던 것을 이번에 이루게 되었다. 회사 퇴사를 앞두고 연차도 소진할 겸 추석 연휴 + 연차 2일을 합쳐 6박 7일 일정으로 떠났다. 과거 우리 모녀의 여행 패턴과 비교하자면 짧지 않은 기간이라 3박 4일을 오로지 교토에 할애할 수 있었다. 갈 곳이 넘쳐나는 곳이지만, 나는 2회차 방문인지라 나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교토 기온코너(Gion Corner), 아라시야마(嵐山), 우지(宇治)를 핵심 목적지로 넣어 동선을 계획했다.

교토역 전경
20070923 @ 1년 만에 다시 만나는 교토역

올해 추석이 좀 이른 편이라 정해진 여행 기간이 9월 마지막 주였다. 한국보다 더운 일본이라 여행 전부터 더위가 걱정이었다. 마마님은 둘째 치고 내가 더위를 너무 많이 타서 걱정했는데, 실제로 겪은 더위는 훨씬 더 심각했다. 이건 뭐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였다. 더위에 시달리다 보니 여행 후반기에는 체력 고갈로 실질적으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귀국해서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정말로 여행 후반기에는 찍은 사진이 몇 없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데, 남은 기억도 없고 사진도 없다! 날짜는 길게 다녀왔음에도 실질적인 여행은 교토에 머물렀던 3박 4일이 진정한 여행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기간은 더위와 누적된 피로로 인한 영혼 없는 여행이 되어버렸다는…

Day 1: 교토 기온코너 교토전통예술관

인천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여행 기간 중에 필요한 여행자 교통 패스까지 교환한 후 교토 숙소까지 이동하면 아무리 빨라도 오후 3~4시일 수밖에 없다. 해가 한국보다 훨씬 일찍 지기 때문에 관광지 입장 마감 시간도 한국보다 이른 일본. 첫날을 그냥 저냥 보내기 싫어서 저녁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 일본 전통 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교토 기온코너 방문을 계획했다.

교토 기온코너는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기온 지역에 위치한 전통문화 전용 극장으로 7개 종류의 전통 예술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서구권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무척 인기가 높은 곳이다. 재외국민등록증 문제로 국내 포털을 이용하기 어려워 해외 사이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나는 교토 기온코너 공연 정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교토 기온코너 방문 정보

  • 주소: 570-2 Gionmachi, Minamigawa, Higashiyama-ku, Kyoto
  • 공연 시간: 19:00 / 20:00
  • 예매: 현장 방문 매표만 가능
  • 관람권: 성인 2,800엔
20070923 @ 교토 기온코너 관람권과 프로그램 안내

교토 기온코너는 계절마다 공연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우리가 방문한 9월은 저녁 7시와 8시 일 2회 공연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연장이 크지 않아 한 회차에 관람이 가능한 인원수가 적다는 점이다! 사전 예약은 불가능하고 오직 현장 방문을 통한 매표만 가능하다. 우리 모녀는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현장을 방문하여 7시 표를 구매했다. 공연이 거의 1시간 가까이 진행되기 때문에 저녁 7시 타임 공연은 선 식사 후 관람이 적당했다.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기온 거리를 구경하고 식사를 하면 딱 좋지만, 기온은 요리집에 갈 것이 아닌 이상 식사를 할 곳이 딱히 마땅치 않았다. 기온 거리를 끝에서 끝으로 2번 왕복했는데 먹을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마침 비까지 내리는데 밥집 찾아 기온 거리를 헤매다 마마님 만보기를 어디에 떨궜는지 분실하고 말았다.

전통 예술 공연 프로그램

기온코너의 공연은 총 7개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도, 꽃꽂이, 고토(전통 현악기) 연주, 가악(궁중 음악과 춤), 교마이(교토 전통 춤), 쿄겐(대사가 있는 극) 그리고 분라쿠(전통 인형극)이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기온코너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도나 꽃꽂이는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전통 춤과 음악인 고토와 가악, 교마이는 외국인의 눈에 무척 흥미로웠고, 제일 마지막 코스였던 분라쿠 인형극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나쁜 의미는 아니고 정말 뇌 속을 파고드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 인형극은 대체로 희극이거나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밝은 내용이 대부분인데, 일본 인형극은 인형만 부각시키기 위해 새카만 배경에 인형을 조정하는 시연자도 새카만 옷을 입고 있은 채로 진행되었다. 분위기가 딱 봐도 무겁고 심각해 보일 뿐만 아니라 인형극 내용 또한 밝은 내용이 아니었다. 인형극에 사용되는 인형도 무척이나 REALISTIC 해서 언뜻 보면 정말 사람 같기도 해서 무척 흥미롭기도 했다가 약간 소름이 돋기도 했다가 아주 복잡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초 나고야 근교 이누야마 여행에서 봤던 가라쿠리 닌교가 생각난다. 즐겨 보기엔 좀 그럴 수 있지만, 외국 문화 체험 삼아 한 번쯤 관람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공연이었다. 공연 중에 사진을 찍는 건 어렵기에 동영상으로 몇 장면을 기록으로 남겼다.

여행 첫날의 마무리와 소음공해 가득한 숙소

기온코너의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니 8시 반이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푹 쉬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 교토 숙소를 영어 웹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로 했는데, 방음이라는 것이 1도 안되는 숙소였다. 한국보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아침이 빠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은 정말 아침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는지 새벽 3~4시부터 골목길 셔터 여닫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드르륵 착~ 드르륵 착~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덕분에 강제 새벽 기상

해외 숙소 예약 사이트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런지 이 게스트하우스 숙박객은 99%가 서양인이었는데, 다들 강철 체력을 가졌는지 야밤에 돌아와서 샤워하는 소리에 시끄러워 자다 깼는데, 새벽이 되니 현지민들 셔터 열어 재끼는 소리에 취침이 불가했다. 이런 된장… 나 혼자면 또 그럭저럭 참겠는데, 마마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눈치가 보였다. 역시 어른 모시고 다니는 여행은 앞으로 비싸더라도 꼭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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