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은행잎 융단이 깔린 나라현(奈良縣)의 나라공원(奈良公園)을 너무나 보고 싶어 교토 여행의 마지막 날, 교토에서 나라로 이동해 나라현의 단풍 명소를 구경하기로 했다. 교토는 JR이나 긴테츠(近畿)를 이용해 나라로 이동하기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에 교토에 숙박하면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JR 나라역은 나라공원까지 거리가 좀 있다. 무더운 여름이 아니기 때문에 걷기에 힘들지는 않겠지만, 역에서 내려 첫 목적지인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까지 약 3.0km 정도를 걸어야 하므로, 조금 더 가까운 긴테츠 나라역을 이용하였다. 나라행 긴테츠 열차는 Local(일반) / Express(급행) / Limited Express(특급) 의 세 종류로 나뉘는데, 일반 열차 탑승 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大和西大寺駅)에서 환승이 필요하다. 급행열차는 환승 없이 한번에 갈 수 있으나 배차시간이 한 시간 단위이므로 사전에 배차 시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급행열차는 나라역까지 45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620엔이다. 우리는 나라역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긴테츠 특급(近鉄特急)을 이용했다. 우선 동행하는 일행이 어르신이기 때문에 지정석(1,130엔)으로 편하게 다녀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라현의 단풍 명소

교토의 단풍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오색 단풍이 교토의 사찰과 어우러져 유난히 화려해 보인다. 그에 반해 나라현의 단풍은 조금 더 묵직하고 소박한 느낌이랄까? 난 이 두 도시의 비슷하면서도 다름이 너무 좋아 여행할 때 항상 묶어서 함께 다녀오는 편이다. 밸런스를 맞춰주는 듯한 느낌이다. 나라현의 단풍 명소도 교토처럼 너무나 많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이동 동선이 효율적인 세 곳을 선정했다. 그래도 꽤 많이 걸어야 했지만… 나라에서 숙박을 한다면 하세데라(長谷寺)무로지(室生寺) 같이 이동 거리가 있는 나라현의 단풍 명소를 느긋하게 방문할 수 있겠다.

운치 있는 석등과 울창한 숲길을 품은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

긴테츠 나라역에서 내려 나라공원 쪽으로 진행하면서 바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사슴이다. 역시나 사슴의 고장답게 여기저기 사슴들이 눈에 띄었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슴과자라도 주지 않을까 열심히 쳐다본다. 예전 나라 여행 때 매우 적극적인 사슴들을 피해 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어, 걸어가면서도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라국립박물관을 막 지나 왼쪽으로 보이는 도다이지(東大寺)를 지나쳐 계속 직진하면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로 향하는 숲길로 들어선다. 나라현의 단풍 명소 중의 하나인 가스가타이샤는 그 이름도 유명한 후지와라(藤原) 가문의 씨족 신을 모신 신사라고 한다. 구름이 잔뜩 낀 날이라 사슴 냄새가 더욱 강하게 진동했다. 산책하듯 느긋하게 신사로 향하다 보면 길 양쪽으로 세워진 엄청난 숫자의 석등을 볼 수 있다. 신사 입구에 다다를수록 석등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는데, 전체 석등의 수가 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신사 안으로 들어서면 석등에 이어 엄청난 수의 청동등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이 청동등의 수도 약 1,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산책로를 품은 울창한 나무들에 가을 색이 입혀지면 신령스러운 느낌이 한 강해진다. 석등과 어우러진 모습이 신비로운 느낌에 일조를 하는 것일까? 어둑해질 무렵 이렇게 많은 수의 석등과 청동등에 불이 켜지면 너무나도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질 것만 같다.

거대한 대불을 품고 있는 도다이지(東大寺)

나라현의 단풍 명소 도다이지
2017-11-30 @ 나라현 도다이지의 다이부츠덴

가스가타이샤를 나와 도다이지로 향했다. 사슴들을 피해 정문에 다다르면 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이라는 도다이지 금당을 마주할 수 있다. 도다이지의 금당은 엄청난 크기의 대불을 품고 있어 다이부츠덴(大佛殿)으로도 불리며 크기 또한 대불과 비례해 어마어마하게 크다. 가까이서 다이부츠덴을 한눈에 담으려면 목이 뒤로 90도 가까이 꺾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대불의 앉은키는 16m, 얼굴 길이는 5m에 이른다 한다. 금당 안의 한 나무 기둥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는데, 이곳을 빠져나오면 액운을 막아준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마침 우리 일행과 비슷한 속도로 금당 내부를 둘러보던 한국인 패키지 팀의 한 아주머니가 나무 기둥 통과하기를 시전하셨다. 약간 체격이 있으셨던지라 중간에 몸이 끼어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으셨다. 비명과 웃음이 난무한 상황이었다. (무사히 빠져나오셔서 축하드려요. 다음번엔 좀 조용히 통과하시는 모습 기대해 봅니다.)

초가을의 산가츠도(三月堂)와 니가츠도(二月堂)

도다이지를 다이부츠덴만 보고 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시간여유가 된다면 산가츠도(三月堂)와 니가츠도(二月堂)까지 꼭 올라가 보시라 권하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는 부실한 몸 상태로 인하여 산가츠도에서 식사만 하고 내려왔기 때문에 예전 여행에서 찍은 10월 초의 니가츠도의 사진을 참고로 올려본다. 산가츠도에서 니가츠도로 가는 오르막 길이 좀 힘들 수 있지만, 다 오르고 나면 나라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 난간으로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벤치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날씨가 협조를 해 준다는 조건 하에) 여유롭게 즐겨보시길 권한다.

노란 은행잎으로 가득한 가을의 나라공원(奈良公園)

나라현 일정을 추가한 가장 큰 이유였던 노란 은행잎 융단으로 가득한 나라공원의 풍경은 다이부츠덴을 나와 산가츠도(三月堂)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나라현 단풍 명소 중 단연 No. 1 이라고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때마침 바람까지 불어 거대한 은행나무에서 비처럼 흩날리는 은행잎을 맞으며 한참을 구경했다. 봄에 벚꽃잎 비는 맞아봤는데 은행잎 비를 맞는 건 또 처음이었다. 정말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으로 붐비지 않는 이른 아침에 와야 할 것 같다. 사람 마음이 다 똑같듯이 은행잎 융단 사진을 원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을 피해 사진을 찍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야외 현장학습을 나온 듯한 한 무리의 학생들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예쁜 가을 풍경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은 이미 초겨울인데 여기는 야외 수업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는 사실이 왠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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