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토 여행의 최고는 바로 우지 이토큐에몬에서 맛 본 녹차 니신소바(にしんそば)라 불리는 청어 소바였다. 국수에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푹 빠져 있는 놀라운 비주얼을 자랑하는지라 얼핏 생각하기에 비린내가 날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용기 내서 시도해 보기 힘든 메뉴가 아닐까 싶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실 니신소바는 절대로 비리지 않다. 비리기는 커녕 되려 청어의 달콤 짭짜름한 맛으로 폭식을 유발하는 그야말로 완전 소중한 완소 메뉴이다. 거기에 그 유명한 우지 녹차 니신소바라니! 느끼함은 1도 없는 완전 개운한 맛일 수 밖에 없는 최고의 메뉴였다.

사실 이번 교토 여행에서 꼭 먹어보려고 생각해 둔 메뉴는 따로 있었다. 교토 사찰음식의 대명사라는 두부 요리교토 가정식, 달걀지단을 잔뜩 올린 장어덮밥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엔 먹는 것에 더 많이 투자를 해야겠단 마음에 소위 소문난 맛집에서 소문난 메뉴를 꼭 먹고 오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맛집도 조사하고 위치도 알아보며 철저히 준비했다. 물론 결과는 생각만 한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역시나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이 중요한 내 성향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웠다.

<계획만 거창했던 교토 맛집 메뉴 보러 가기>

여행 일정 한 달 전부터 내 모든 지식을 동원해 일본어 문장을 만들어 열심히 전화 예약 연습도 해 두었지만, 결국은 다 제쳐두고 그냥 보는 것에 집중하는 본인의 성향에 충실하기로 했다. 식사 예약 시간에 맞춰 보는 일정을 조절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사전 예약이 필요한 식당에 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훌륭한 호텔 조식이 미치는 영향

음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단 마음과 달리 이번 여행에서는 많이 먹지를 못했다. 그 가장 큰 원흉은 너무나 훌륭했던 호텔 조식이었다. ⌈호텔 게이한 교토 그랜드⌋의 조식에 대한 후기가 칭찬 일색인 건 여행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먹어본 조식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훌륭했다. 맛이 있어도 너무 맛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 일행은 아침부터 배가 미어터지게 먹었고, 그 후유증으로 점심시간이 돼도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결국 점심시간을 한참 넘기고서야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은 쿨하게 SKIP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저녁을 제대로 챙겨 먹으려면 대신 점심을 SKIP 해야했다. 나름 4박 5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기간 동안 먹은 건 아래 사진이 전부다. 심지어 군것질도 전혀 하지 못했다.

교토 맛집 메뉴
2017-11 @ 교토 여행 기간 동안 맛 본 맛있는 음식들

우지 이토큐에몬의 녹차 니신소바

교토 여행 둘째 날, 녹차로 유명한 우지에 갔다. 뵤도인을 둘러보고 JR 우지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녹차 상점 내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렇게 들어간 곳이 바로 이토큐에몬(伊藤久右衛門) JR우지역점이다.

2017-11-28 @ 우지 이토큐에몬 JR우지역점

사전 조사 없이 찾아간 곳이라 이토큐에몬이 1800년대부터 시작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상점이라는 사실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매장도 크고 사람도 많더라…) 정식 식당이라는 느낌보다 카페의 느낌이 더 강했는데도 30분 가량의 대기 끝에 겨우 착석할 수 있었다. 카페 메뉴에는 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쁘기 그지 없는 녹차 디저트가 가득했지만, 우리는 이 날도 호텔 조식을 너무 많이 먹었기에 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도 배가 눈꼽 만큼도 고프지 않았었다. 그래도 끼니라는 의미로 간단하게 국수 한 그릇 먹기로 한 것이 바로 교토 여행 기간 동안 최고의 메뉴로 등극한 녹차 니신소바였다. 물론 이 글 첫마디에도 언급했지만, 메뉴의 사진으로 니신소바를 처음 영접하신 두 어르신께서는 강력히 거부 의사를 표현 하셨다.

‘난 저런 거 안 먹고 싶어’, ‘난 비린 음식 싫어해’, ‘생선이 정말 사진처럼 통째로 들어가 있다는 거야?’ 등등의 의견들이 제시되었지만, 나 한번 믿어보라며 통 크게 주문을 했다.

니신소바 밋츠 오네가이시마스!

아마도 맛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민망한 상황이 되었겠지만, 다행히도 모두들 정말 맛있다며 한 그릇을 모두 다 비웠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니신소바도 맛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우지 이토큐에몬에서 먹었던 녹차 니신소바는 진짜 진짜 정말로 맛있었다. 소식가로 유명한 우리 일행이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는 건 엄청난 사건인거다. 매우 매우 맛있다는 증거인거다. 교토 우지시에 가신다면 이토큐에몬 녹차 니신소바 (907엔)는 꼭 한번 드셔보시길 강력 추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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