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 나고야 근교에 위치한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을 방문했다. 메이테츠 선을 이용해 주부 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에 출국 전에 잠시 들려 산책하기 정말 딱 좋은 곳이다. 특히 도코나메야키(常滑燒, Tokoname Ware)가 일본 6대 가마(시바라키, 비젠, 단바, 에치젠, 세토, 도코나메)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꼭 봐야 할 곳이다. 물론 예쁜 도코나메야키에 눈이 뒤집혀 지갑을 탕진할 위험 또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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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나메 가기 전 경유지로 좋은 아쓰타 신궁
우리 모녀는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에 가기 전에 아쓰타 신궁(熱田神宮)에 잠시 방문했다. 아쓰타 신궁은 메이테츠 진구마에역(神宮前駅)에서 내리면 바로 코앞이기 때문에 도코나메 방문 시 경유지로 안성맞춤이다. 아침 일찍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진구마에 역에 도착했다. 무거운 배낭은 코인락커에 얌전히 모셔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아쓰타 신궁으로 들어갔다.
일본의 3대 신궁
아쓰타 신궁은 천황의 세 가지 보물(三種の神器) 중의 하나라는 구사나기 검(草薙剣)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내 기준으로 신사나 신궁은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의 하나이다.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게이샤의 추억’의 여파로 엄청나게 붐비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아직까지 내게 대부분의 신사나 신궁은 조용하고 한적한 편이라는 느낌 혹은 선입견(?)이 있다. 대부분의 신사들은 보물전을 제외한 경내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수목을 즐기며 잠시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지 않지 않은가? 일본은 한국에 비해 날씨가 온화해서 그런지 수목이 참으로 울창한 편이다. 또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녹지가 많다는 점은 많이 부럽다. 아쓰타 신궁은 그 명성만큼 경내도 매우 넓고 아름드리 나무들도 많아 약 1시간 미만의 아침 산책으로 다녀오기에 좋은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까지 한국은 도심 속 녹색지대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 초록을 보기 위해선 산으로 가야 하는데, 요즘에는 본격적으로 도심 조경에 힘을 기울이는 것 같다. 얼마 전 지방 출신 직장 후배가 서울에 오니 자연을 보기 너무 어렵다고 주말에 서울숲이란 곳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서울숲? 거기 아직 숲이 아닐 텐데. 생긴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요…라고 넌지시 말해줬지만 내 말에 굴하지 않고 다녀와서 광분을 했다.
이름이 사기다! 그게 무슨 숲이냐, 나무 비슷한 것도 없는데!
서울숲은 불과 2005년에 문을 연 곳이라 아직은 숲이 아닌 곳이다. 서울숲은… 음… 그러니까 이름이 미래형인 것이다. 먼 훗날, 최소 10년은 지난 후에 숲이 될 예정이다! 한국도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의 야키모노 산포미치
메이테츠 도코나메 역에서 하차하여 역을 등지고 큰 대로변을 따라 약 10~15분 정도 걷다 보면 도자기 산책로가 나온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의 야키모노 산포미치는 사카에마치(栄町)의 2쵸메(丁目)와 3쵸메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가는 길에 딱히 눈에 띄는 이정표도 없고 도로도 너무 휑~ 한 느낌이라 내가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즈음 도자기 상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왔구나 생각하며 조금 더 걷다 보니 적갈색 토기로 한가득 장식된 골목길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여기가 바로 도자기 마을’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골목길이므로 목적지를 못 찾아 헤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찾기 쉽다.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의 야키모노 산포미치로 들어서자 이 동네에 사람들은 여기에 다 모여 있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가이드와 함께 그룹 투어로 오신 현지 어르신들이 한가득이었다. 관광 오신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정장 차림이었던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관광을 오는데 정장을 차려입은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에 들어서면 곳곳에 위치한 ‘도자기의 산책로 (やきもの遊歩道, 야키모노 산포미치)’ 안내판을 따라 순번대로 둘러보게 된다. 초반에는 앞서가는 투어 그룹의 뒤를 따라 걷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데다 대부분 정장을 차려입으신 노부부들 사이에서 캐주얼한 복장의 우리 모녀는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역시나 어르신들도 확연히 눈에 띄는 우리를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살펴보시며 뭐라 뭐라 자꾸 말을 건네셨다. 다시 시작된 생존 일본어 회화…
스미마셍 데스케도, 와타시와 니홍고 오 하나세마센~~
그러나 내 의도와는 다른 ‘오조즈데스네~’라는 말과 계속되는 질문들! 증맬루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말이 ‘not 오조즈’ 밖에 없었던 나는 그냥 영어로 쏼라쏼라를 했고 질문 세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ㅠㅠ 스미마셍…
좁은 골목길: 단체 관광객을 피하자
야키모노 산포미치는 좁을 골목길인지라 앞에 사람이 많으면 뒤에서 앞으로 뚫고 지나가기 좀 애매하다. 예쁜 골목길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면 되도록이면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야 한다. 결국 우리 모녀는 좀 더 한적하고 느긋한 산책과 사진 촬영을 위해 안내 지도상의 산책로 동선은 무시하고 그때그때 사람이 적은 길로 우회하며 둘러보는 것을 선택했다. 굽이굽이 골목길에서 방향을 잃더라도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므로 슬근슬근 걷다 보면 다시 산책로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을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가마, 공장, 옛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하나같이 모두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길가의 조그만 자투리 공간에 색색의 꽃 화분들을 정성스레 가꿔놓은 모습도 참 예뻐 보였다. 도코나메 야키모노 산포미치를 걷다 보면 바닥과 골목의 외벽, 화단들을 모두 토기나 도기로 장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상품가치가 떨어져 폐기해야 할 도기들도 이렇게 활용해 마을을 아름답고 특색 있게 꾸민 그 창의력을 높이 살 수밖에 없다.
결국 구매하고 만 도코나메야키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의 여러 상점을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 구경도 재밌었지만,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이 최고이지 않았나 생각되는 그런 곳이었다. 도코나메의 여러 공방에서 매우 특색 있고 고급스러운 도자기들도 많이 팔기 때문에, 맘을 다잡지 않으면 한순간에 텅 빈 지갑을 영접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 또한 순간 정신줄을 놓고 SPACE라는 공방에서 찻주전자를 18,000엔씩이나 주고 사 왔다. 찻주전자를 직접 만들었다는 도예가님과 정말 손짓 발짓해가며 힘겹게 기법에 대해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온몸을 이용한 장시간의 대화 끝에 내가 도자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연락처와 홈페이지까지 종이에 따로 적어 주셨다. (궁금한 점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시는 듯했지만…. 나는 니홍고를 모르고… 그분은 에이고를 모르고… 언어 단절의 상황은 언제나 참으로 난감합니다.)
나고야 근교 여행을 마치며
짧았던 2박 3일 일정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도코나메 도자기 마을 산책! 다시 가게 된다면 도코나메의 마네키네코 도오리(とこなめ招き猫通り)도 꼭 들러보고 싶다. 도코나메가 마네키네코의 고향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거대한 마네키네코 상도 쓱 쳐다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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