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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미술관
도교 여행의 3일차 일정은 기대하고 기대했던 지브리 미술관(GHIBLI MUSEUM)이다. 아침 10시 첫 타임 예약이라 8시 반쯤 숙소를 나와 미타카역(三鷹駅)으로 향했다. 출근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이었기에 걱정한 만큼 전철이 붐비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사쿠사역 (긴자센) → 칸다역 (JR추오센) → 미타카역
[약 45분 소요, 540엔: SUICA 사용]
역 남쪽 출구 앞에서 지브리행 셔틀버스 왕복권(300엔)을 구매하여 탑승하면 약 5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전날의 닛코 일정에서 다리를 꽤 혹사했기 때문에 볼 것 없이 셔틀버스를 탔다. 미술관에 도착해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니 직원이 정확히 10시 정각에 문을 열어주었다. 전날 밤 LAWSON 편의점에서 출력한 교환권을 보여주고 지브리 필름이 담긴 입장권을 받았다. (입장권 예약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입장권이 애니메이션 필름이라니, 역시 지브리 미술관의 아이디어는 남다르다. 내 것은 ⌈Spirited Away⌋의 치히로 필름이었고, 마마님 것은 ⌈My Neighbor Totoro⌋의 토토로다. 불빛에 비춰보면 정말 귀엽다!
실내는 촬영 금지구역이다.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우린 문화시민이니 철저하게 지켜주었다. 절대 외국에서 한국 망신을 시키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참으로 불행하게도 말을 잘 듣는 인간이 많지 않다. 사진 찍지 말라는데 정말 열심히도 찍어대는 모양새가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그것도 한국어로 크게 떠들면서 말이다. 야외는 촬영이 가능하니 억눌린 사진사의 본능은 야외에서 실컷 표출하시고 실내에서는 규정에 따라 제발 좀 참아주세요.
아기자기함이 가득한 지브리 미술관
지브리 미술관은 애니메이션 미술관답게 외관도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성 같은 모습이었다.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천공의 성 라퓨타⌋의 거신병을 볼 수 있다. 역시나 거신병 주변에는 조그만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있었기에 한참을 기다려도 거신병 독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그냥 위의 상반신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옥상 정원에서 내려와 1층 입구 옆으로 조그마한 극장이 있고, 들어올 때 받았던 필름 입장권을 보여주면 대략 20분 정도 길이의 단편만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일본어를 모르니 뭔 말인지는 전혀 못 알아들었지만, 옆에 함께 앉은 유치원생 아이들이 꺄르르 웃는 모습이 그저 귀여웠다.
만화를 보고 미술관을 나서니 12시가 좀은 넘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미타카 역에 도착해 시부야로 이동했다. 여행 전 사전조사 결과 시부야에 있는 마츠모토 키요시(マツモトキヨシ)의 물건값이 다른 곳보다 많이 싸다길래 찾아왔는데 정말 다른 지점보다 훨씬 저렴해서 준비한 쇼핑 리스트를 모두 구매할 수 있었다.
- 결막염에 자주 걸리는 내 비루한 눈알을 위한 눈알 세척제 아이봉 대량 2통
- 시세이도 퍼펙트 휩과 DHC 클렌징 오일 각 3통
- 나처럼 키 작고 마른 체형을 전혀 고려해 주지 않는 프리사이즈 한국 스타킹을 신을 수 없기 때문에 일본에 갈 때마다 항상 구매하는 스타킹
- 무슨 이유인지 늘 아픈 내 발을 위한 휴족시간 대형 2통
센소지(淺草寺)
숙소로 돌아와 한참을 쉬니 피곤함이 어느 정도 가셨다. 저녁식사 시간이지만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탓에 약간의 간식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기 위해 센소지(淺草寺) 앞의 상점 거리인 나카미세도리(仲見世通り)에 갔다. 상점들은 이미 하나둘씩 닫기 시작했지만, 구경나온 사람들로 여전히 북적였다. 센소지 본당으로 들어가려면 호조몬을 통과해야 하는데, 거대한 붉은 등과 커다란 짚신 (길이 4.5m, 폭 1.5m, 무게 약 400kg)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센소지 본당 내부는 문을 닫아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곳곳에 야간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밤에 둘러보는 것도 꽤 인상적이었다.
센소지의 야경도 아름다웠지만 밝을 때 다시 와보고 싶었기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인 다음 날 호텔 체크아웃을 마친 후 다시 한 번 들렸다. 이른 아침인지라 센소지로 향하는 나카미세도리는 어젯밤과는 다르게 한가했고, 센소지 경내도 조용했다. 밤에는 조명 때문에 무척이나 화려한 듯 보였지만, 오전에는 차분한 느낌이 색달랐다. 100엔을 내고 미쿠지(み-くじ)를 뽑았는데 언제나처럼 그냥 ⌈길(吉)⌋이다. 그래도 ⌈흉(凶)⌋이 아니니 다행이다. 교토에서 뽑았을 때는 일본어로만 나와서 당췌 읽을 수가 없었지만 도쿄에서는영문으로도 운세가 나와있어 처음으로 내가 뽑은 미쿠지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 이직을 해도 좋을 시기란다. (계획과 맞아떨어지는 걸 보니 좋은 징조인 듯싶다.)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
센소지를 나와 우에노공원(上野恩賜公園)으로 이동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원 내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이 이번 도쿄 여행의 최종 목적지다. 도쿄 박물관은 총 5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하루에 다 보는 것이 벅찰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내가 또 언제 도쿄에 다시 오겠냐 생각하니 반드시 다 봐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본관(本館), 동양관(東洋館), 헤이세이관(平成館), 호류지보물관(法隆寺宝物館), 효케이관(表慶館) 중에서 효케이관을 제외한 무려 4개의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니 더 이상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아래 사진은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신 분들은 아마도 다 기억하실 본관의 메인 로비 계단이다. 정말 애니메이션에서 본 장면하고 너무나 똑같이 생겨서 깜짝 놀랐다. 내가 마치 만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라고나 할까?
전시물 중에서 내 시선을 끌었던 전시물을 한참을 뚫어지게 보다 걸음을 옮기려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분께서 내게 다가오시더니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갑자기 무언가를 설명하시기 시작했다. 목에 사원증 같은 걸 걸고 계시는 것으로 보아 박물관 연구원인지 학예사인지 그런 분 같았는데, 내가 쳐다보고 있던 전시물을 손으로 가리키시며 말을 하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내게 작품 설명을 해주고 계신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너무 열심히 쳐다봤나? 일본어를 잘 모른다고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말을 하자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셨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계속 뭔가를 설명하려 하셨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정말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답니다.) 결국 영어로 작별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참으로 친절하신 분이셨다. 말만 알아들었다면 무슨 설명을 하시는지 매우 듣고 싶었는데 참 아쉬웠다. 이래서 언어능력은 참으로 중요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아사쿠사로 이동해 맛집으로 소문난 장어집 ⌈우나테츠(うな鐡)⌋에서 몸보신을 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낸 맛집이었는데, 메인 메뉴라는 히츠마부시(장어덮밥)은 진짜 맛있었다. 사진이라도 찍어뒀어야 하는데,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지라 음식이 나오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빛의 속도로 먹느라 너무 분주했다.
배불리 먹고 난 후 아사쿠사 역 코인라커에서 캐리어를 찾아 아오토에서 환승하여 나리타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정말 알차게 돌아다닌 느낌이다. 닛코의 유바덮밥과 아사쿠사의 우나테츠 장어덮밥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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