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직장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토요일과 일요일. 안동이 절대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1박2일 여행을 하기엔 돌아오는 월요일 출근이 걱정이었다. 주말에 하루는 집에서 늘어지게 쉬어야 다음 한 주를 근근히 버텨낼 수 있는 나란 인간. 일요일 하루를 쉬기 위해 금요일 저녁 심야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토요일 당일치기 안동 여행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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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심야 고속버스와 꽃샘 추위
분명 버스 스케줄 상으로는 안동 터미널에 도착 후 1~2시간 기다리면 하회마을 행 첫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에서 자고 한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되니 그리 힘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 착각이었어!
한국의 심야 고속버스는 제한속도 따윈 가뿐히 무시하고 달리고 또 달렸다. 늦어지면 늦어지지 절대 빨라지지 않는 미국 고속버스가 아니라는 점을 잠시 잊었다.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이다! 잠시 졸았나 싶었는데 벌써 내리란다. 터미널에서의 대기 시간은 약 1~2시간 정도에서 3~4시간 정도로 늘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는 개뿔! 안동 터미널이 간이 터미널 수준인 줄 미쳐 몰랐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 모두가 앉을 자리는 없다. 겨우 1~2명만 앉을 수 있고 나머지는 떠돌이처럼 이리저리 서성이며 3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요 근래 서울이 너무도 과하게 포근… 아니 더웠던지라 남쪽이니 훨씬 더 따뜻할 거라 생각하고 옷을 제대로 챙겨입지 않았던 것이 큰 패착이었다. 터미널이 어찌나 춥던지 같이 버스에서 내렸던 다른 승객들도 모두 다 함께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따뜻한 음료라도 마시면 괜찮을 것 같았으나 터미널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편의점은 당연히 없고 새벽이라기 보다 밤에 가까웠기에 근처 유일해 보이는 매점(?)도 문을 닫았다.
조용했던 이른 아침의 안동 하회마을
추위와 기다림의 고통이 끝나고, 드디어 첫 버스에 탑승했다. 한 시간을 넘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안동 하회마을은 너무나도 이른 시간 덕분에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직원도 출근 전인 하회마을 도착!!! 어쩔겨 ㅠㅠ 이른 아침 시간에 구름이 가득한 하늘과 강한 바람까지 불어 대니 대박 추웠다. 서울은 분명 더웠는데 여긴 왜 이렇게 춥냐고! 나 추위 안 타는 인간인데! 마마님께서 안동은 서울보다 한참 남쪽에 있어도 내륙이라 원래 더 춥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새로운 지식 하나 추가요~
인적 없는 안동 하회마을을 이리저리 돌다 드디어 동네 주민을 만났다. 볏짚으로 새끼를 꼬으려고 준비 중이셨다. 옆에는 짚으로 만든 물건을 이것저것 걸어 놓았다. 위 좌측 사진 중간에 있는 큼지막한 물건(위 우측 사진의 물건)이 무언지 그 쓰임이 궁금해 여쭤보니 닭이 알을 낳는 집이란다. 구렁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진처럼 지붕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으면, 닭이 그 집으로 올라가 알을 낳았다고 한다. 닭도 저 정도 높이까지는 날 수 있단 말이구나! 그런데 과연 구렁이가 저길 못 올라갈까? 수퍼 파워 구렁쓰~
강 너머로 사진 포인트라는 부용대가 보였다. 하지만 강 근처로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거세지는 바람에 접근은 무리! 아, 너무 춥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날씨도 안 좋았고 너무 일찍 도착해 썰렁하기까지 했던 하회마을이었다. 물 깊고 산 깊은 마을은 남쪽이라도 춥다는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세계탈박물관
생리통과 편두통이 갈수록 심해지는 탓에 추운 몸을 녹이고자 실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근처의 탈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한국의 탈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탈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흥미진진했다. 더불어 기념품 샵에서 하회마을 방문 기념으로 액자형 하회탈을 구매하였다. (가격은 매우 비쌌으나 예뻤음) 내부 촬영 금지라 기억할 만한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쉽다.
안동 민속박물관과 안동 민속촌
탈을 잔뜩 사 들고 다시 버스를 타고 안동 시내로 돌아왔다. 헛제사밥이랑 안동 찜닭 중 하나를 먹으려 하였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군… 비는 오고, 날씨는 춥고, 다리는 아프고… 한참을 방황하다 안동 간고등어 집에 들어가서 정식을 먹었는데 오호~ 매우 맛있었다!
배 터지게 먹고 나니 서울행 버스 시간이 참 애매하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고 안동 민속박물관에 갔다. 역시 이곳도 방문객이 없었는지 박물관 직원 분이 가이드 설명을 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냥 둘러보는 것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니 더욱 재미있었다. 감사합니다!
박물관을 나와 주차장을 지나쳐 박물관 광장 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언덕으로 민속촌이 있다. 드라마 해신의 촬영장으로 사용한 것을 해체하지 않고 일부 남겨둔 것이라고 한다. 잠시 가볍게 둘러보기 좋았다. 바로 옆으로 월영교도 있지만, 말이 바로 옆이지 컨디션 최하 상태의 뚜벅이로서는 상당히 많이 걸어야 하는 위치다. 다음 번 여행 때… hopefully 언젠가 구매할 자차로 방문하기로 기약하고 서울로 귀환했다.
여행을 마치며…
새벽에 안동터미널에서 추위에 떤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결국 서울로 돌아와 진통제 잔뜩 먹고 완전 뻗고 말았다. 버스에서 잠 잘 못자는 나는 컨디션 조절이 필수인 심야 고속버스 이용은 앞으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겠다. 기억하자! 심야 고속버스는 정해진 시간보다 훠~얼~씬 일찍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사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2010년 내용 추가)
안동 하회마을이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한창 등재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는데 이렇게 등재가 되고 나니 감회가 새롭다. 두 마을 모두 방문해 본 사람으로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에는 더욱 유지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어 예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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