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왕릉원에서 바라본 부여 나성
20230614 @ 부여 왕릉원에서 바라본 부여 나성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백제 고도의 길 2번째 여정으로 선택한 부여. 부여에 위치한 백제 고도의 길 스탬프 포인트는 총 4곳(부여 나성, 부여 왕릉원, 정림사지, 부소산성)으로 총 9개 스탬프 중 거의 절반이 할당되어 있는 곳이다. 대부분은 백제 고도의 길 완주를 위해 1박2일 정도의 풀 일정으로 공주와 부여, 논산과 익산으로 묶어서 다니겠지만, 나는 근처 주민이 아닌가? 한 번에 빼놓지 않고 다 돌아봐야 한다는 시간적인 제약이 없다! 이미 계절적으로 오전 중에만 활동이 가능한 날씨가 시작된 터라 부여에 걸린 스탬프 포인트 4곳을 두 번에 나눠 방문하기로 했다.

부여 왕릉원

20230614 @ 부여 왕릉원 주차장에서 매표소로 가는 길

왕릉원과 나성 두 곳을 따로따로 방문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한 곳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예전엔 부여 나성으로 올라가는 길목이 열려 있었는데 지금은 폐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여 왕릉원 주차장에 주차한 후 부여 왕릉원 매표소를 통해 입장하여 나성으로 진입해야 한다.

방문 정보

  • 주소: 충남 부여읍 능산리 388-1
  • 이용시간: 09:00 ~ 18:00 (하절기: 3~10월) 09:00 ~ 17:00 (동절기: 09:00 ~ 17:00)
  • 이용요금: 어른 1,000원 / 청소년 600원 / 어린이 400원
  • 이용요금 면제대상: 부여군민, 65세 이상, 6세 이하, 국가유공자, 장애인, 3급 이상 장애인의 보호자 1명, 청양군민, 공주시민 (해당 신분증 소지 必)

문화유산 방문 스탬프 위치

방문 스탬프는 매표소에 있다. 입장료 계산하면서 도장 꾹! 하고 들어가면 되며, 직원분께서 부여 왕릉원과 부여 나성 두 곳에 다 찍으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다. 내가 입장할 때는 나밖에 없어서 느긋하게 도장을 찍었지만, 사람이 많다고 서두르다 잊지 말고

꼭! 두 곳에 다 찍으세요~

능산리 고분군

20230614 @ 멀리 보이는 능산리 고분군

매표소를 통과해 입장하면 제일 먼저 한때는 ‘능산리 고분군’이라 불렸던 왕릉이 보인다. 2006년 한국 귀국하고 제일 처음으로 여행 온 곳이 부여였는데… 무덤 위에 올라가서 뛰노는 애들과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 때문에 격노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멀리서 봐도 고분군 주변으로 펜스를 쳐 놓은 것을 보니 아주 격하게 마음에 든다.

20230614 @ 왕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넓은 잔디밭

능산리 고분군을 지나쳐 부여 나성 쪽으로 향하는데 여느 왕릉답게 드넓은 잔디밭이 눈을 사로잡았다. 초록 초록한 초여름의 잔디밭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이런 왕릉의 넓은 잔디밭은 봄 소풍이나 사생대회 단골 장소이지 않은가!!! 이 지역 친구들도 옛날에 학교 소풍이나 사생대회 때 부여 왕릉원으로 참 많이도 왔겠구나 싶다. 내 학창 시절도 학교에서 뭔 행사만 있으면 아묻따 선정릉이었는데… 그래서 참 지긋지긋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살짝 그립기도 하다.

20230614 @ 초원 속의 나무와 벤치

Windows 배경화면으로 볼 법한 목가적인 풍경이 보이는가 싶더니 저 멀리 부여 나성이 보였다. 오늘 여정 중 제일 궁금했던 나성으로 이동하기 전 능산리 사지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백제 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산리 사지

20230614 @ 터만 남은 능산리 사찰의 모습을 표현한 투명 액자

능산리 사지(陵山里 寺址)는 말 그대로 능산리 절터이다. 정림사지(정림사 절터)와 같은 형식인데 이걸 굳이 한자로 읽으니까 어색하다. 나만 어색한가? 2001년에 정식으로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오랜 시간 발굴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목재는 오래전에 다 소실되고 돌로 만든 기단만 남아 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사찰의 배치와 구조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추해 오래전의 모습을 상상하여 복원한 모습을 위 사진처럼 만들었다.

투명 소재에 (아마도 유리? 아님 아크릴?) 샌드블라스팅 혹은 에칭 기법으로 사찰의 모습을 나타낸 것 같아 보인다. 투명 액자의 사찰 그림과 뒤로 보이는 기단의 높이를 잘 맞춰서 찍으려고 나름(?) 기마 자세로 사진을 찍었건만… 더 쭈그렸어야 했구나. 좀 붕 떠 있는 모습으로 찍혀서 아쉽다.

절터 중앙부 목탑 위치에서 발굴된 부여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에 새겨진 글자를 통해 정확한 창건 연도(백제 567년: 위덕왕 14년)가 확인된 사찰이다. 왕릉 바로 옆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사리감에 새겨진 내용을 바탕으로 왕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국가 사찰의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또한 1993년에 서쪽 건물 터의 한 구덩이에서 백제 금동대향로가 출토되어 역사 학계가 난리가 났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어린 시절 잠시 고고학자가 꿈이었던 나 역시 미국에서 백제 금동대향로에 대한 책을 발견하자마자 맨해튼에 있는 한국 서점에 부탁해서 사서 읽었었다. 그 책은 한국을 출발해 미국과 캐나다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까지도 내 책장에 꽂혀있다.

능산리 사지에서 나성 가는 길

능산리 사지를 둘러본 후 부여 나성으로 가려면 위 1번 사진의 화살표 방향대로 목교 혹은 석교(2번 사진 속 배치도의 14번과 15번)를 넘어 잔디밭을 가로질러야 한다. 3번 사진은 반대로 부여 나성에서 능산리 사지로 내려가는 방향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외 다른 길은 없다! (매우 중요!!) 해당 목교와 석교 주변에는 예전 목교와 석교가 있던 자리에 새로 목교와 석교를 복원해 놓았다는 안내문이 있다. 문화재 보호에 진심인 나는… 복원한 그 다리를 밟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지? 아, 놔…

능산리 사지를 둘러보고 바로 나성 쪽으로 올라가면 될 것을 다리를 밟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다른 진입로를 찾느라 개고생 했다. 최대한 불필요한 다리품을 팔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길 찾다 괜히 만보기 걸음 수만 미친 듯이 올리고 나서야 부여 나성에 오를 수 있었다.

부여 나성 (동나성)

20230614 @ 부여 나성 세계유산 표지석

나성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세계유산 표지석을 찍다 보니 이 표지석에 대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된다. 백제의 옛 수도였던 3개 도시의 대표 유적을 묶어 [백제역사유적지구, Baekje Historic Areas]라는 이름으로 등재된 곳의 세계유산 표지석 모양이 모두 동일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세계유산인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도 해당 유산의 표지석 모양이 동일하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방문 시마다 표지석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는 것 또한 하나의 즐길 요소가 될 것 같다.

나성이란?

20230614 @ 부여 나성 성곽길의 아찔한 경사

읍성이나 산성은 매우 익숙한데 나성(羅城)은 좀 생소했다. 별로 들어 본 기억이 없어 조금의 공부가 필요했다. 요약하자면 주로 도성 안팎으로 2중의 성벽을 만드는데, 왕궁을 둘러싼 성벽은 왕성(王城)이나 내성(內城)으로 부르고, 바깥쪽의 일반 국민이 사는 지역을 둘러싼 성벽은 외곽(外郭)이나 곽성(郭城)이라고 칭했다 한다. 점차 외곽과 곽성을 나성(羅城)이나 나곽(羅郭)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산이 아닌 평지의 도시를 둘러싼 성이라 주로 평지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사진 속 부여 나성 급경사는 대체 무엇?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부여 나성 성곽길

진입로 찾느라 뻘짓을 심하게 했더니 이미 다리에 피로감이 느껴지는 판에 눈앞에 펼쳐진 나성의 엄청난 급경사가 참으로 아찔했다. 산성까지는 아니라도 목적은 침입에 방어하기 위한 시설이므로 그렇게 아주 편안하게 오를 수 있으면 안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230614 @ 능산리 절터의 단체 관람객이 깨알처럼 보인다

사진으로는 영 그 규모가 느껴지지 않겠지만 위 사진 속 단체 관람객이 점처럼 보이는 것으로 나성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배짱으로 나성을 오르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한 것이지…

그래도 마음먹고 왔는데 최선을 다해 한참을 올라갔다. 아래쪽은 그나마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어 미끄럼 걱정 없이 올라갔는데, 정작 경사가 심해지는 위쪽은 흙바닥 그 자체여서 자꾸 미끄러졌다. 길 양쪽으로 잔디가 있는 부분에 한 발을 디디면 그나마 미끄러움이 덜 해서 갈지자로 걸어 올라갔지만 미끄러워 넘어지면 그냥 골로 갈 것 같은 걱정에 최고점이 코앞이었지만 발길을 돌렸다. 딱 막바지 구간의 경사가 너무나도 가팔랐다.

20230614 @ 가파른 경사와 미끄러운 흙길

문제는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올라갈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리니 중력의 힘으로 더! 더! 더! 미끄럽더라… 어정쩡한 자세로 걸어 내려오다 부여 나성을 오르는 직원분을 만났다. 왜 거의 다 올라갔는데 그냥 내려가느냐 물으시더라. 마지막 급경사 구간의 흙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포기했다 말씀드렸다. 조금만 더 가면 평탄한 길로 편하게 내려갈 수 있다고 하셨지만, 사고 예방 차원에서 다음번을 기약하기로… 직원분은 등산화 + 등산 스틱으로 무장하신 상태인 걸 보니 나성을 오르겠다 생각했으면서 너무 준비를 안 했다는 걸 깨달았다.

20230614 @ 복원된 나성의 성벽

부여 나성을 복원하면서 기존에 있던 석벽돌과 유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끼워 넣은 새 석벽돌이 확연히 구분된다. 세월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석벽돌에 비해 새로 만들어 넣은 석벽돌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성벽에 글자가 새겨진 각자성석도 남아 있다고 하여 꼭 찾아보고 싶었는데, 미끄러워서 오직 내 발걸음만 신경 쓰느라 찾아볼 생각을 못 했다. 많이 아쉽다.

각자성석(刻字城石)은 축조 공사 시 해당 공사 책임자의 이름과 직책, 담당지역을 새겨 넣은 돌이라는 뜻이라는데… 심지어 백제 시대에도 건축 실명제를 실행한 거야? 천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건축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

부여 나성 탐방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아쉬움에 부여융과 의자왕의 가묘도 보고 능산리고분군 아트뮤지엄도 구경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나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예상 시간보다 일찍 일정이 끝난 터라 점심 시간까지 시간 여유도 있어 부소산성과 묶어서 방문하려 했던 정림사지로 이동하기로 급 계획 수정!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정림사지 방문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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