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갑사강당과 벚꽃
20210326 @ 벚꽃이 만개한 계룡산 갑사

논산 선샤인스튜디오에 벚꽃이 한창이길래 혹시나 싶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룡산 갑사 벚꽃 구경을 나섰다. 봄 시즌으로는 첫 방문이라 이맘때 봄꽃이 피는지 확실치 않았지만, 내 운에 맡겨보기로! 집 주변은 아직 벚꽃이 피려면 멀었지만, 가을 단풍만 보더라도 집 주변엔 나뭇가지에 이파리 하나 없을 시점에 갑사는 단풍이 한창이었다. 갑사 주변의 기후가 온화하다는 뜻일 것이다. 예로부터 사찰은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반대로 봄철에는 집 주변엔 봄꽃 소식이 없어도 계룡산 갑사 벚꽃은 이미 피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직은 삭막한 갑사 오리숲길

20210326 @ 봄은 아직인 것 같은 갑사 오리숲길의 풍경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갑사 오리숲길을 걸었다. 약 2km 정도 거리의 완만한 오르막길인데 아직은 봄이 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아 보이는 풍경이다. 나뭇가지에는 아직 새순이 나지 않아 겨울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모양새였다. 동절기에 신체 건강 최고점에 이르는 나는 신나게 걸어가고 있는데, 나와는 정반대로 동절기에 신체 건강 최저점에 이르는 마마님은 한참 뒤처지고 계셨다. 계속 아직 멀었냐를 외치시며 힘겹게 오리숲길을 오르셨다는…

여기 꽃 하나도 없구만…

아마도 마마님은 ‘그냥 집에 가자’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셨을 것이나 계룡산 갑사 벚꽃을 보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르는 딸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따라오셨다.

드디어 마주한 계룡산 갑사 벚꽃

20210326 @ 갑사 입구의 거대한 벚나무

마마님이 힘들어하시는데 정말 벚꽃이 아예 안 폈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갑사에 도착하니 입구의 갑사 강당 건물 앞으로 활짝 핀 아름드리 벚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와우, 정말 큰 벚나무가 있구나 싶어 사진을 찍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이게 한 그루 같은 두 그루였다.

계룡산 갑사 벚꽃은 위 사진 속의 벚나무가 유일했다. 그 크기가 커서 임팩트가 남다르긴 하나 사찰 곳곳에 벚나무가 있는 건 아니었다. 벚꽃 구경이 목적이라면 올바른 선택지는 아닌 것이다. 어쩐지 공주시의 벚꽃 명소 중에 계룡산 갑사는 없더라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계룡산 갑사 벚꽃이 매우 맘에 든다. 왜냐고?

사람이 없으니까!!!

이른 봄꽃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나오는 종류) 명소가 아니다 보니 되려 사람들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계룡산 갑사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산책 코스였다. 벚꽃이 가득하면 뭐 하겠는가! 사람들로 붐비면 사실 벚꽃 구경이라기보단 사람 구경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공주로 이사 온 첫해, 모두가 추천하는 공주에서 아주 유명한 벚꽃 명소인 계룡산 동학사에 갔다가 인파 + 호객꾼 + 확성기 소음에 찌들어서 정말 내 인생 최악의 벚꽃 명소로 길이길이 남아버렸다. 그 이후로는 정나미가 뚝 떨어져 7년째 동학사 근처에도 안 가고 있다.

갑사 대웅전 옆의 백목련

20210326 @ 갑사 대웅전 우측 계단 쪽으로 만발한 백목련

갑사에는 꽃나무가 많지 않은데 나무 하나하나가 다 거목이다. 유일한 벚나무도 일당백을 하는데 사찰 안으로 들어오면 대웅전 우측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의 거대한 백목련 나무가 또 일당백을 한다! 갑사는 항상 가을에만 와서 이 나무가 목련인지도 몰랐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백목련 나무가 정말 멋지더라. 딱 눈꽃 송이가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사실 사찰을 배경으로 한다면 그 어떤 꽃나무도 다 멋져 보일 것이다. 같은 꽃나무라도 배경이 전통 한옥이냐 아파트나 상가 건물이냐에 따라 사진발이 아주 그냥 확… 차이가 나니까 말이다.


계룡산 갑사의 봄을 대표하는 것은 벚꽃이 아니라 황매화다. 매년 황매화 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아직 황매화를 보러 오지 못했다. 올해는 가 봐야지 하면서 수년째 안 가고 있는 나… 뭐든 “축제”라는 글자가 따라붙으면 급격히 가기 싫어지는 성격이다.

이것도 사실 핑계인 것이 지금 코로나19 방역 중이라 축제를 중단한 상태다. 축제 안 한다고 꽃이 안 피는 건 아니니까 지금이 적기인데 말이죠! 제발 이 게으른 몸뚱이를 움직여보자고 다짐해 본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였던 작년은 여행도 취소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매우 답답해서 가끔씩이라도 동네를 다녔었는데, 그런 생활도 2년 차에 접어드니 익숙해지고 있다. 점점 집구석에만 있는 생활이 매우 격하게 익숙해지고 있으니 큰일이다. 사진기도 너무 안 써서 썩어가는 느낌에… 살도 찌고… 매우 바람직하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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