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유명한 교토 단풍 명소 도후쿠지(東福寺)와 같은 JR노선 상에 위치한 교토 남부의 우지 뵤도인(宇治 平等院)을 함께 묶어 여행 2일차 일정으로 계획했다. 현실적으로 교토역 위로는 상당부분 단풍 절정이 살짝 넘어가고 있던 시점이라 도후쿠지와 그 이남의 교토 단풍 명소로 동선을 짜야만 했다. 도후쿠지와 연계하여 다녀오기 제일 좋은 곳은 아마도 도후쿠지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후시미이나리신사(伏見稲荷神社)일 것이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으로 교토의 대표 관광 명소가 된 이후, 일 평균 방문자의 수가 교토 내에서 가장 많다는 곳이다. 하지만 단풍으로 유명한 명소도 아니었고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야 할 것이 뻔했기에, 우리 일행은 도후쿠지 관람 후 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우지 뵤도인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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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단풍 명소 No. 1 도후쿠지(東福寺)
도후쿠지는 교토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이다. 최고의 교토 단풍 명소답게 도후쿠지의 츠텐교(通天橋) 아래로 펼쳐지는 단풍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단풍 시즌이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도후쿠지가 교토역에서 JR 나라선으로 딱 한 정류장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교토역에서 약 8시 반 정도에 느긋하게 출발했다. 교토역 바로 다음 역인 도후쿠지역(140엔)에서 하차해 약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JR 역에서 도후쿠지 까지는 굳이 구글맵을 켜지 않아도 같은 역에서 내린 모든 사람들이 한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간 네비 모드) 별도로 길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많은 인파에 대비하여 가는 길 중간중간 안내요원들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렬로 줄지어 교토 단풍 명소인 도후쿠지로 향했다. (분명 자유여행을 왔으나 꼭 패키지 여행처럼 대그룹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도후쿠지에 도착해 입구인 게츠카몬(月下門)으로 진입하자마자 여기저기 셀카봉, 삼각대 사용금지 사인이 눈에 띄었다. 게츠카몬에 서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츠텐교(通天橋)의 풍경이 딱 봐도 기막힌 PHOTO SPOT이었다. 위 사진처럼 단풍으로 가득찬 풍경 너머로 살며시 보이는 츠텐교가 한 폭의 그림 (그것도 매우 빨간 그림)이다. 워낙 관광객이 많다보니 혼자 풍경을 찍는 사진이 아닌 셀카봉이나 삼각대를 사용한 촬영은 시간도 오래 걸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진로를 방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내원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안내문을 지키지 않는 관광객을 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 맙시다
게츠카몬을 지나 츠텐교 쪽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입장권(400엔)을 구매하며, 입장 직전에 입장권에 빨간 도장을 찍어 입장권의 최초 여부를 확인했다. 계곡과 정원을 가로질러 츠텐교에 이르면 역시나 마주보이는 게츠카몬의 풍경이 또 한 폭의 사진 명당이었다. 츠텐교에서도 역시 셀카봉을 이용한 사진 촬영은 엄격히 제한됐다. 그만큼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풍경일 것이다. 츠텐교 회랑을 따라 절정을 이룬 단풍 정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하루 전의 난젠지, 에이칸도 보다 도후쿠지가 남쪽에 위치하는 만큼 확실히 훨씬 풍성한 단풍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늦은 교토 단풍 여행을 계획한다면 다소 늦게 절정을 맞이하는 도후쿠지가 좋은 선택임이 분명하다.
교토 근교 우지 뵤도인(宇治 平等院)
도후쿠지에서 우지 뵤도인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후쿠지역에서 JR 나라선을 타고 JR우지역(240엔)에서 내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후쿠지역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도바카이도역(鳥羽街道駅)으로 향했다. 도바카이도역에서 게이한 본선을 이용하면 JR 우지역이 아닌 게이한 우지역에 도착한다. JR 나라선을 이용하는 것과 시간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310엔으로 더 비싸다. 당연히 JR을 타는 것이 더 낫겠지만, 우리 일행은 텅텅 빈 열차로 편하게 가고 싶었기에 게이한 본선의 일반 열차를 이용했다.
JR역과 게이한역 두 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뵤도인에 도착한다. 게이한 역에서 시작한다면 우지강을 건너 우지의 특산품인 녹차 상점가를 거쳐 뵤도인에 도착하게 된다. 우지는 세계문화유산인 뵤도인 말고도 일본의 3대 녹차 산지로도 유명한 녹차 마을이다. 특히나 우지 말차(宇治抹茶)는 매우 유명하기 때문에 말차나 녹차라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지 말차 쇼핑은 꼭 하시길 추천한다.
일본의 국보인 우지 뵤도인의 봉황당은 10엔 동전의 뒷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뵤도인을 직접가 보지 못한 여행자는 있더라도 뵤도인을 안 본 여행자는 없을 것이다. 또한 뵤도인 봉황당의 청동 봉황 장식은 1만엔 권 지폐 뒷면에 새겨져 있다. 그만큼 뵤도인은 일본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재이다. 뵤도인이 교토의 유수 사찰처럼 단풍나무가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뵤도인의 봉황당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단풍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교토 단풍 명소 중 하나라고 하기에 아쉽지 않은 곳이다. 뵤도인 내 박물관인 호쇼칸(鳳翔館) 또한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므로 입장료(600엔)이 전혀 아깝지 않다.
♥ 우지가 처음이라면 하루 풀코스 추천 ♥
사실 우지시는 볼 거리가 상당히 많은 곳이기 때문에 우지시를 처음 찾는 방문자라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나에게는 우지 방문이 세 번째인지라 이번엔 뵤도인과 녹차 쇼핑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지시는 뵤도인 뿐만 아니라, 우지 강변을 따라 세계문화유산인 우지가미신사(宇治上神社)와 우지신사(宇治神社), 고쇼지(興聖寺) 등의 볼거리가 많다. 특히 본인과 같이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むらさき しきぶ)의 ⌈겐지 이야기 (源氏物語, げんじものがたり)⌋를 인상 깊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겐지 이야기 박물관’과 우지시 곳곳에 위치한 무라사키 시키부의 흔적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토 단풍 명소 쇼렌인(青蓮院) 라이트업
JR 우지역에서 교토역으로 돌아오니 시계가 4시를 가리켰다. 이 날의 일정은 단 두 곳으로 컨디션이 모두 쌩쌩한 상태였으므로,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교토 단풍 라이트업으로 유명한 반딧불 정원이 있는 쇼렌인으로 향했다. 교토역에서 지하철(260엔)을 타고 히가시야마역(東山駅)에서 하차한 후,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오후 6시 야간 개장시간이 되자 줄은 생각 외로 금방 빠져 개장 후 10분 이내로 쇼렌인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엄청 기대했던 곳이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그리 감흥이 크지 못했다. 조명이 비치는 단풍과 대나무 숲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내 눈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이 훨씬 더 예뻐보였다. 사실 야맹증이 심해 어두운 곳에서 발을 접질리게 될까 봐 초긴장 상태여서 단풍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손전등 없었으면 미아가 될 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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