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침은 항상 빠르다. 닛코행 첫 기차를 타야 하므로 새벽 5시부터 일어났으나 이미 밖은 동이 튼 지 한참인 듯한 느낌이다. 볼 것들이 넘쳐나는 세계문화유산인 닛코산나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위해 숙소 위치도 토부 아사쿠사 역 근처로 잡았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첫 열차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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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차 타고 닛코산나이로
닛코산나이행 기차를 탑승할 토부 아사쿠사역(東武浅草駅)과 최대한 가까운 위치로 정했던 호텔 덕에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다. 기차에서 먹을 아침 메뉴도 편의점에서 느긋하게 쇼핑한 후 토부 아사쿠사역에 도착하고 보니 우리가 탈 기차는 플랫폼에서 정차된 상태로 손님맞이 청소가 한창이었다. 토부 아사쿠사역은 토부닛코선(東武日光線)이 출발하는 역이라 100% 앉아갈 수 있다. 목적지인 토부 닛코역(東武日光駅)은 토부 아사쿠사역에서 2시간이 좀 넘게 걸리는 곳이다.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아침 첫 기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숙면을 취하는 걸 강력 추천한다. 닛코산나이는 워낙 볼 거리가 많은 지역인지라 몇 일 머무르며 느긋하게 둘러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불굴의 한국인 직딩은…. 애당초 연차를 길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둘러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으로 씁쓸한 노릇이다. 닛코 여행을 당일치기로 계획한다면 무조건 첫 열차(6시 20분)에 탑승해야 시간에 쫓기지 않을 수 있다.
닛코행 열차는 뒷칸 열차 4칸이 온천 마을인 키누가와(鬼怒川) 방향으로 중간에 분리된다. 꼭 앞 칸 열차에 탑승해야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 역에 도착해서 역무원 님께 닛코행 열차가 맞는지 물어보았었는데, 우리 모녀가 뒷칸이 앞칸인 줄 알고 탑승하려고 하니 쫒아와서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ㅋㅋㅋ 반대방향이라는 일어는 못 알아 들었지만, 바디랭귀지로 앞뒤를 착각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역무원 님,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닛코를 보지 않고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
새벽부터 출발인지라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아침 식사를 먹다 졸다 이야기하다 먹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토부 닛코 역에 도착했다. 날을 얼마나 기막히게 잡았는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찢어지게 좋은 날씨였다. “닛코를 보지 않고 아름다움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말을 직접 느끼기에 딱 좋은 날씨가 아니겠는가!
All NIKKO PASS
우리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닛코산나이(日光山內) 지역을 린노지 → 도쇼구 → 후타라산진자 → 린노지 다이유인 순으로 돌아본 후 주젠지 호수로 이동하기로 계획하고 닛코 역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고 닛코산나이로 이동했다. 신교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린노지(輪王寺) 매표소에서 All Nikko Pass에 포함되어 있던 교환권으로 ‘니샤이치지(二社一寺) 공통 관람권’을 받았다. 린노지를 간단히 돌아본 후 아름드리 삼나무 길을 따라 닛코산나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도쇼구(東照宮)로 향했다. 에도시대 초대 막부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모셔진 사당이기도 하다. 문득 중학생 때 밤낮없이 읽었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대망)」이 떠올랐다. 그 소설의 주인공이 이곳의 주인공이란 사실에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이다.
닛코산나이 도쇼구(東照宮)
도쇼구(東照宮)는 에도시대의 화려한 공예 기술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건축물과 장식물로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도 도쇼구의 대표 건축물이라는 요메이몬(陽明門)은 일본식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줬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한 목조 건축물들을 목을 꺾어가며 미친 듯이 찍고 또 찍다 보니 목이 매우 아파진다. 도쇼구의 마구간이라는 신큐사(神厩舎) 벽면에도 매우 정교한 원숭이 조각 패널들로 가득했고, 그중 하나가 도쇼구 3대 조각 중의 하나인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산자루(三猿) 조각이다. 요메이몬 오른 편에 위치한 신요사(神輿舎)는 신위를 모시는 3개의 가마가 보관되어 있는데 위 사진의 가마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위를 모셨다고 한다.
요메이몬 왼편으로는 오쿠샤(奧社)로 들어가는 매표소가 있다. 공통 입장권과는 별도로 입장료(500엔)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편도 207개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볼 수 있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닛코산나이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했지만, 오쿠샤 끝까지 올라온 사람은 마마님의 중도 포기로 인해 본인 말고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왕복 400개가 넘는 계단의 버거움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높은 곳에 묻혀있는 사람은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고 조용하게 잠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린노지 다이유인(輪王寺 大猷院)
도쇼구를 다시 빠져나와 아담한 크기의 소박하고 조용한 후타라산진자(二荒山神社)를 지나 약 10분 정도 걷다 보면 3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미쓰 (이에야스의 손자)를 모신 사당이라는 린노지 다이유인(輪王寺 大猷院)의 입구에 도착한다. 역시나 대부분의 절과 신사가 그렇듯 까마득한 계단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계단을 보시더니 마마님께서 엄청난 한숨을 쉬셨드랬다. 다이유인은 니오몬(仁王門), 니텐몬(二天門), 야샤몬(夜叉門), 가라몬(唐門)의 순서로 여러 문을 거쳐야 혼덴(本殿)에 이르는데, 힘겹게 계단을 끝까지 올라 도착한 혼덴은 그야말로 금박의 향연이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혼덴에서 통로를 따라 이동하면 일반 관광객이 갈 수 있는 한계선인 고카몬(皇嘉門)까지 둘러보았다.
닛코산나이 관광이 끝나니 11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다. 역시 첫 기차를 탄 덕에 시간이 넉넉했다. 이제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주젠지 호수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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