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의 마지막 주말, 친구와 계룡산 단풍 구경을 다녀왔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곱다는 뉴스에 친구와 철석같이 단풍 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다시금 시작된 인후염/후두염/인두염으로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닌 상황. 비루한 건강 상태로 여러 차례 약속을 취소한 전적이 있는 죄인으로서 이번 약속은 절대적으로 꼭 지켜야 했다. 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매번 약속을 취소할 수 있느냐 말이다. ㅠㅠ
그래서 갔고 증상이 더 심해져서 앓아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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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공부가 필요했던 계룡산 단풍 구경
우선 몸이 계속 안 좋았기에 전적으로 친구에게 일정을 맡겼다. (미안하다, 친구야…) 우리가 잡은 날짜에 계룡산이 단풍 피크라고 하여 자동적으로 계룡산이 목적지로 당첨되었다. 계룡시에서 계룡산 등산로 입구가 제일 가깝다고 했다.
[ 서울 — 계룡시 — 계룡산 — 계룡시 — 서울 ]
우리는 둘 다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서울에서 계룡시로 와서 계룡산에 갔으니, 돌아갈 때도 계룡시로 돌아와서 서울로 오면 된다고 여겼다. 계룡산을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2명의 여인네들은 계룡산은 당연히 계룡시에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계룡시에 도착해 계룡산으로 이동을 하였으니, 코스를 따라 계룡산을 내려왔을 때 도착하는 장소도 당연히 계룡시일 것이라 생각했다.
무식해서 죄송합니다
우리는 무식했고 계룡산 단풍 구경을 마치고 코스를 따라 내려왔을 때 지도에 공주시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 멘붕에 빠졌다. 집에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실제로 밖은 일몰시간이라 깜깜하기도 했다. 차도는 보이지 않았고 아직 한국살이가 익숙하지 않은 두 여인네는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서울에 돌아가는 방법을 묻고 버스가 있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안도했다. 배차시간이 매우 띄엄띄엄 있었기에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식당 사장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행 버스에서도 우리는 대체 왜 계룡시가 공주시가 둔갑한 것인지 알 수 없어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주시였다
그렇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주시에서 계룡산 단풍을 구경했던 것이다. 단지 등산로까지 이동거리가 제일 짧은 곳을 찾다 보니 계룡시를 진입 도시로 선택한 것일 뿐! 행정구역 상 계룡산은 엄연히 공주시 소속이었다.
[ 동학사 1코스 — 신원사 1코스 ]
계룡시에서 버스로 이동한 등산로 입구는 공주시 동학사(東鶴寺)였고, 등산 코스를 따라 내려온 지점은 공주시 신원사(新元寺)였다.
아수라장이었던 계룡산 등산 코스
계룡산 단풍 구경을 갔지만 정작 단풍 사진은 없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등산로는 좁은데 양방향으로 사람이 오갔다. 난간 절벽 쪽으로 밧줄이 쳐져 있는 곳도 일부 있었지만 없는 부분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좁은 길에서 양방향에서 사람이 마주치면 서로서로 양보를 해서 어느 한쪽이 먼저 지나가도록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딱 봐도 옆으로 비킬 공간이 없는 구간을 지날 때면 앞이나 뒤에서 오는 사람은 기다렸다가 지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그냥 무작정 밀고 내려오며 밀치고 지나가는지라 우리는 자꾸 난간 쪽으로 밀쳐져 떨어질 위험에 수차례 직면했다.
즐거워야 할 계룡산 단풍 구경은 쌍욕의 향연이 되고 말았다. 역시 우리가 아직 한국살이에 적응을 못 한 것인가? 하긴 한국에서는 길가에서 부딪쳐도 죄송하다는 말을 안 한다! 정말 미쳐 돌아! 역시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봐야 하는데, 미쳤다고 계룡산 단풍 구경을 가겠다고 해서 이 아수라장 판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고 미어지게 한탄을 했다.
한국인들 사이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정말 고쳐야 한다
계룡산 신원사에서 아쉬움을 달래다
계룡산 단풍 구경의 시작점이었던 동학사에서는 서둘러 계룡산에 올라야 한다는 마음에 서둘러야 했고, 등산 코스에서는 불우한 사태로 인하여 사진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등산 코스에서 벗어나 하산 지점이었던 신원사에서는 그나마 여유를 가지고 둘러볼 수 있었다. 신원사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소소한 사진 포인트가 많았다. 언젠가는 계룡산의 아름다운 가을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신원사를 둘러보았다.
여행을 마치며…
계룡산 단풍 구경 후 다음 날 가벼운 근육통이 생겼다. 워낙 운동과 담을 쌓은 인생이라 허벅지가 조금 아픈 건 예상을 했던 일이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그날 미세먼지 지수가 높아 인후염/후두염/인두염 증세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었다. 목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더 이상 강의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다음 달 한 달만 더 강의를 하기로 합의를 끝낸 상태지만, 그래도 목을 한 달간 쉼 없이 써야 하는데 상태가 더 나빠져 큰일이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또 화를 내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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